브레멘에 한국 어린이 도서관이 생기기까지
도서관이란 단어를 들으면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조용한 공간에서 책장을 넘기는 소리, 집중해서 책을 읽는 아이들, 그리고 그 책 속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이야기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갖춰진 공간을 만드는 길은 결코 쉽지 않았다.
도서관 설립의 시작
2018년 1월, 함부르크 총영사관에서 연락이 왔다. 한국어 동화책 몇 권을 기증하고 싶다는 제안이었다. 처음엔 학교에 두는 것이 어떨까 했지만, 공간도 부족하고 활용도도 높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브레멘 시립 도서관에 기증하는 방안을 생각했지만, 한국어 책을 찾는 사람이 없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어렵게 리스트를 제출했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때부터 독립적인 도서관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코로나 팬데믹과 새로운 기회
2021년, 출판문화협회에서 책을 기증받았다. 하지만 학교에는 여전히 책을 둘 공간이 없었고, 책을 읽을 시간도 부족했다. 그렇게 고민하던 중,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이던 시기에 브레멘 내 여러 이민자 단체와 교류할 기회가 생겼다. 그 과정에서 비영리 단체에게 공간을 저렴하게 빌려주는 ‘크리에이티브 허브’와 프로젝트 지원금을 제공하는 ‘하우스 오브 리소스’를 알게 되었다.
8월에는 아랍 여성 단체와 공동으로 도서관 프로젝트를 추진하려 했으나, 책을 관리할 인력이 부족하여 계획에서 빠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공간 확보를 위한 노력
2022년, 크리에이티브 허브에 공간을 신청했지만 여유가 없었고, 다른 단체와 협력해 도서관으로 사용할 공간을 찾으려 했지만 감당하기 어려웠다. 그 과정에서 문화 담당 정치인 엘롬보 씨를 알게 되었고, 여러 방면에서 도움을 주려 했지만 연결이 쉽지 않았다.
학교 내 이동식 도서관 운영
2024년 11월, 로컬 학교에 책장을 비치하는 방법을 생각해냈다. 이동식 책장이라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이들이 수업하는 동안 부모님들이 책을 읽거나 대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었다. 다행히 학교 측에서도 긍정적인 답변을 주었고, 이동식 책장을 주문했다.
도서관 개관을 앞두고
2025년 3월, 크리에이티브 허브에서 드디어 공간 사용 허가를 받았다. 마침 11월에 주문했던 책장도 도착했다. 이제 4월이면 브레멘에 한국 어린이 도서관이 문을 연다.
이 여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하나의 공간을 마련하고, 책을 채우고, 함께할 사람을 찾는 과정에서 수많은 난관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곧 이곳에서 아이들이 한국어 동화책을 읽고, 부모님들이 함께 문화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탄생한다.
돌이켜보면, 포기할 수도 있었던 순간이 많았다. 하지만 끝까지 함께해준 사람들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이제는 이 공간이 또 다른 사람들에게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갈 수 있는 곳이 되길 바란다.